작년 가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금년 7월부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주 5일 근무시대로 접어
들었다. 근로기준법상 주5일 근무제는 법정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된
것을 뜻하고, 다만 1일 법정근로시간이 8시간이니 결과적으로 근로일이 주5일이 되는 것이
다.
주5일 근무제는 `너무 많이 노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
면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에서 수십년 전부터 시행해온
것이니 오히려 너무 늦은 것이라고 환영하기도 하고,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가 해이될 것을
염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002년 현재 ＯＥＣＤ 회원국들의 연간 근
로시간은 독일이 1,361시간, 영국이 1,683시간, 미국이 1,802시간, 일본이 1,825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410시간이라니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조금은 더 쉬어야 할 것 같다.
쉰다는 것은 일하기 위한 재충전의 의미도 있지만 그 자체로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다.
보통 사람들은 임금수준이 낮을때는 휴일을 마다않고 야근도 하면서 많은 보수를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보수를 조금 더 받느니 차라리 여가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멋진 바캉스를 위해 1년을 보낸다는 말이 있고, 최근 우리나라의
소위 웰빙(well being)바람도 소득수준의 향상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 지난 시절 우리에게 휴일이란 그저 일을 중단하는 날에 불과했다.
가장들은 일주일에 6일간 직장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일요일에는 가족들이 외출하자고 졸라도 피곤한 몸을 쉬느라 방바닥에 누워 잠만 자려고 했던 것이 우리네 가정의 흔한 풍속도였다. 이제 하루는 누워 잠을 자도 또 하루는 가족과 나들이 할 여유가 생겼으니 우선 가정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고, 주말이 길어지니 콘도 등 레저시설의 인기가 높아질 수 있겠다.
그렇지만 주말마다 마땅히 갈만한 곳도 없고 그런 형편도 못되는 서민들에게 새로 생긴 휴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늘어난 휴일을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
인지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삶에 여가를 즐길 여유
가 없는 이웃이 많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기업이나 국가 경제적인 면에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개정 근
로기준법은 월차휴가를 폐지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고, 정부는 법정 공휴일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나, 전체적인 근로시간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만일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생산원가가 상승한다면 기업의 이익과 개인의 소득도 그만큼 감소하여 국가 경제는 뒷걸음치고, 결국 주5일 근무제는 실패작이 될 수도 있겠다.
이 문제는 결국 생산성 제고로 해결할 수 밖에 없으니,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기술을 개발하
여 능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여기서 선진 외국의 근로시간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훨씬 덜 일하고도 더 높은 국민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그 1차적 원인은 더 많은 자본과 더 높은 기술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
나 그런 자본도 기술도 부족한 우리가 70-80년대 고성장을 이룬 것은 저 임금에 긴 근로시
간이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니, 이제 우리는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요구받게 된 것이다.
선진국, 특히 독일의 어떤 공장에서는 화장실에 가는 시간까지 체크하여 근로시간에서 제외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법률과 제도, 문화가 다르니 그런 방식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이는 하나의 단적인 예에 불과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정신만은 배워야 할 것이다. 독일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짧다고 그들의 작업량이 그만큼 적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의 집중도나 강도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쉴 때 확실히 쉬자는 것이다. 잘 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더 많이 쉬자는 뜻이기보다 더 열심히 일하자는 뜻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정충수·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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