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서는 17대 총선을 치른지 40여일이 지났어도 보수와 진보 논쟁이 한창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어느 대학 특강에서 `가급적 바꾸지 말자가 보수고, 고쳐가
며 살자가 진보'라며 `요즘 우리사회일각에서 뻑하면 진보는 좌파고 좌파는 빨갱이라고 인
식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라고 지적했다.
노대통령은 또 `한국처럼 오른쪽에 있는 나라는 더더욱 바꾸지 말자는 기득권 향수가 강할
수 밖에 없다'며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의 별 보수를 갖다 놓아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맘대로 하자, 적자 생존을 철저히 적용해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 거의 모든 보상을 주는 약육강식이 우주섭리에 가깝다고 말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은 일제히 `보수는 악, 진보는 선, 한나라당은 악, 열린 우리당은 선으로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며 `나라전체를 통합하고 갈등을 봉합해야 할 대통령이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전적 의미의 보수는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것을 중시하여 유지하려고 함에 대하
여, 진보는 역사적 현실에 부합되는 사회상을 지향하여 인지를 계발하고 사회를 개선해 나
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수와 진보중 택일할 것인가, 둘 중 한쪽에 기울어질 것인가, 아니면 둘을 함께 아우르는 개혁과 통합의 길로 갈 것인가 하는 이념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개혁은 좋은 제도나 기구 등을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폭력적이지 않는 방법을
동원한 합법적인 변혁이나 개조를 의미하므로 우리사회의 발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보수주
의적 이념관을 가졌던, 진보주의적 이념관을 가졌던, 누구든지 개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조때 이율곡 선생이 `개혁을 하면 나라가 흥할수도 망할수도 있으나 개혁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망한다'고 주창했으나 임금이 이를 실천하지 않아 임진왜란때 참패했듯이 개혁은 우
리시대의 필연적인 실천과제인 것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들 한다. 그만큼 개혁은 많은 난관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는 결론적으로 개혁은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상호 갈
등하고 대화하면서 경쟁·공존하여야 한다고 본다.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경쟁관계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게 국정을 이끌어가는 주도권을 부여한 대신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는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감시의 역할을 맡겼다. 우리는 이
같은 총선민의를 깊이 새김과 동시에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대화를 통한 국정의 쇄
신이 바로 국민의 명령이라고 본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했다. 나라가 부패하고 분열해 있기 때문이다. 개혁을 강조한다고 해서 진보로 매도한다든가 통합을 강조한다고 해서 보수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개혁의 목표를 통합으로 삼고 지역간 분열과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 정치에서의 진보세력 부상을 좌익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서방민주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를 하나로 묶어 줄 수 있는 기본적 원칙과 가치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단국가라는 우리의 현실속에서 대북 기본인식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 양측의 진지한 논의를 거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5천년의 찬란한 문화민족으로서 중화에 동화되지 않으면서 고유한 문화를 유
지·발전시킨 저력있는 민족이라 할 것이므로 이념의 극복뿐만 아니라 지역간 분열의 치유
및 노·중·청 세대간의 진정한 타협과 연결을 이루는 가슴 넓은 정치를 펼침으로써 개혁과
통합을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충수·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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