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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김영남, 작가 이청준, 화가 김선두가 장흥의 책을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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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ㆍ시인ㆍ화가가 함께 그린 장흥이야기
[연합.2004.09.02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 전라남도 장흥(長興)은 참 복받은 곳이다. 소설 가 이청준(65), 시인 김영남(47), 화가 김선두(46)의 고향이니 말이다. 이 세 예술 가는 행정지도상의 장흥이 아닌 마음의 고향 장흥을 각자 소설과 시, 그림으로 그려 왔다.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들 셋은 각자 고향을 그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향 얘기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마음을 맞춰 아예 장흥에 관한 작업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셋은 장흥을 오가며 환상적 이고 소박하며 사람냄새 풍기는 장흥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골목 담벼락 위의 흰 박꽃이 뜸해지'고 '이내 서늘한 바람기'가 도는 가을 초 입, 드디어 이들의 비밀스러운 지도가 공개됐다. 바로 이번에 출간된 책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학고재刊).
이 책에는 이청준과 김영남이 지금까지 고향에 대해 쓴 작품과 지난해부터 장흥 을 여행하며 새롭게 쓴 작품, 또 역시 여행을 하며 김선두가 새로 그린 그림이 나란 히 실려 있다.
소설가 이청준은 고향에 대한 애착을 지금까지 소설과 산문에서 꾸준히 내비쳐 왔고 지난 6월 출간한 산문집 '아름다운 흉터'에는 고향의 나무냄새와 육자배기 가 락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작가에게 더욱 특별해 보인다.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산문 '고향 속살 함께 읽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삶에 숙명의 그림자와도 같은 '고향'이란 무엇인가. 이후 근 3년 동안 우리가 거듭해온 고향길 화두는 물론 '그 고향의 참모습이 무엇이며 우리가 그 깊은 속살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느냐'였다. 나아가 '우리는 어떻게 그 땅의 비의(秘意)와 마주할 수 있으며, 우리 삶과 예술이 진정 그 땅의 계시와 사랑에 얼마나 가까이 다 가설 수 있느냐'였다"
시인 김영남은 이번 작업을 통해 가장 아끼는 시 '푸른 밤의 여로-강진에서 마 량까지'를 얻었다고 썼다.
"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 (' 푸른 밤의 여로―강진에서 마량까지' 중)
김선두의 그림은 독자들이 각자 자신의 고향으로 빨려들어가게 해주는 작은 문 의 역할을 한다. 안경을 옆에 벗어놓고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할머니와 흰색 러닝셔 츠를 입은 할아버지, 살짝 눈을 뜬 꽃봉오리를 한 폭에 그린 '성가신 봄'은 누구나 갖고 있는 유년시절의 사진첩 같다.
김영남 시인의 시 '푸른 밤의 여로'와 같은 제목의 그림에서 화가는 짙은 남색 으로 화폭을 가득 채우고 화폭 한가운데 반달을 띄웠다. 이 그림은 무심코 올려다 본 밤하늘에 별이 가득해 나도 몰래 탄성을 지르게 되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지명은 달라도 '고향'이라는 두 글자는 각자의 마음 지도에서는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문득 '내 고향'이 그리워진다.
그림을 책으로만 보는 것이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8-21일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 서 '고향 속살 읽기'라는 제목으로 이 책에 실려있는 그림 전시회도 열린다. 172쪽. 1만3천원.
djiz@yna.co.kr (끝)
'옥색바다…’ 쓴 이청준 김영남 김선두씨
[동아/2004.09.03]
“전남 장흥은 자랑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고인돌이 2251기나 있는 고인돌 고장입니다. 백의종군을 마친 이순신 장군이 3도 수군통제사로 전함 12척을 추스른 곳이기도 하지요. 서편제 촬영세트, 문인들의 친필 문학비가 숲처럼 조성돼 있는 전국 유일의 문학 비림(碑林)도 있습니다.”
장흥군이 고향인 이청준(소설가) 김영남(시인) 김선두씨(화가·중앙대 한국화과 교수)가 입을 모으는 고향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이 ‘글쟁이, 환쟁이들’이 함께 만든 책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학고재)를 보면 고향은 이들에게 무슨 거창한 사적지나 관광지라기보단 “별의별 사연을 다 나눈 나이든 애인과도 같은 곳”임을 알 수 있다.
“가세가 기울자 저는 고향에서 달아나듯이 떠나왔어요. 아픈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지요. 하지만 장흥은 언제나 제 문학의 젖줄입니다. 김 시인, 김 화백과 함께 이 책을 만들기로 하고 처음으로 함께 고향에 가보니 수만 포기 자줏빛 할미꽃 군락이 한재 고개를 뒤덮고 있더군요. 우리는 한동안 넋을 잃었는데, 그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지….”(이청준)
김영남 시인은 “내가 가장 아끼는 시를 이번에 고향에 갔다가 쓰게 됐다”고 말했다. ‘푸른 밤의 여로-강진에서 마량까지’가 그것이다. 마지막 연은 이렇다.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
김선두 화백은 영화 ‘취화선’에서 주인공 장승업 역을 맡았던 최민식 대역으로 장승업의 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그는 ‘이송(二松)’이라는 호를 쓰는데 이 책에서 호의 뜻이 무엇인지 밝혀놓았다. “아버님은 할아버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가 되겠다며 저를 고향에 남겨둔 채 상경하셨지요. 가끔 귀향하셨다가 쓸쓸해져서 금세 올라가셨는데, 하루는 크레파스를 제게 선물로 주셨어요. 무슨 보물 같았던 그 크레파스를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해요. 화단의 텃세에 고독하셨을 아버님. 고향 마을에 서 있는 큰 소나무 두 그루를 보면 화가가 된 아버님과 저처럼 생각돼요.”
이들은 “남들이 ‘지역’을 말하기 꺼리는 지금 우리는 고향을 이야기하기로 했다”며 “이런 시도가 방방곡곡 예술인들에 의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권기태기자 kkt@donga.com
산문·시·그림으로 가본 내 고향
[조선 2004.09.03]
옥색바다 이불삼아 진달래꽃 베고누워
이청준·김영남·김선두 지음/ 학고재/ 172쪽
소설가(이청준), 시인(김영남), 한국화가(김선두)가 만나 ‘3인행’을 이루며 책을 만들었다. ‘시인 소설가 화가가 함께 걷는 고향길 남도 산하’라는 소제목이 알려주듯 그들은 같은 고향(전남 장흥)을 둔 예인들이다. 이청준은 산문으로, 김영남은 시로, 김선두는 산문과 시 사이를 흐르는 수묵채색화로 각각 고향을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그렸다.
무언가 이루지 않고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고향을 떠난 이청준은 20년을 떠돌다 1975년 고향길에 나선 날의 소회를 이렇게 푼다. ‘나는 마침내 그 피곤기와 부끄러움을 안고 고향길에 나섰다. 그리고 비로소 고향의 참모습을 만났다. …밖에서 읽고 지쳐 돌아온 자들을 위해 휴식과 위안을 더 많이 준비하고 기다리는 곳이었다.’
김영남은 시 ‘입동 무렵’에서 ‘이런 날/ 저 하늘가에 저녁 기러기 뜨면/ 고향에서 지금쯤/ 시래깃국을 가마솥에다 끓였겠다’고 했다. 입동 무렵에 낙엽 지고, 아낙들이 김장철에 분주하고, 철새들이 날아오는 시골 풍경은 김선두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든 고향의 원형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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