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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타임스 기자 webmaster@jhtimes.net
필자는 30여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변호사업무를 시작한지 10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으나 사건 당사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일부 당사자들로 부터 `변호사를 산다'는 표현을 듣고 당혹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원래 변호사는 당사자 등의 위임 또는 위촉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대리행위 등을 직무로 하고 있다. 그 위임 등은 당사자가 변호사에게 업무를 위탁하고 변호사가 이를 승낙하여 이루어지므로, 변호사를 산다는 표현은 법률적으로는 위임이나 위촉, 위탁에 의해 사건을 맡긴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위와 같은 표현이 쓰이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이는 무엇보다도 지난 오랜 세월동안 변호사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형성해 온 `이미지'탓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변호사를 산다는 말은 변호사는 돈밖에 모른다는 말이고 돈만주면 무슨 일이나 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니 이런 말이 사용되게 된 근본적인 책임은 바로 변호사들 자신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부유한 재소자들을 상대로 편의를 봐주는 `집사변호사'라는 말까지 생긴 것은 그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면서 사회질서의 유지와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변호사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변호사 윤리장전도 변호사는 성실·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명예와 품위를 보전하고 부정과 불의를 배격함과 동시에 공공복리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변호사의 공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위와같은 공공적 사명을 완수하고 윤리의식을 투철하게 실천한다면 일부 국민들이 `변호사를 산다'는 말을 사용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한다, 맡긴다'는 표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변호사의 공공적 사명에 비추어 볼 때 변호사의 직무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의 영업과는 구별되며 대가적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도 아니 되고, 따라서 그 보수가 과다하거나 부당한 축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됨은 당연하다. 위와같은 변호사의 사명과 윤리의식의 실천은 우선 변호사 보수의 적정성에서 출발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제정했던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은 국민의 정부시절 규제개혁차원에서 폐지돼 현재는 자율에 맡겨져 왔다. 물론 변호사의 보수는 변호사의 수입을 형성하는 것이지만 변호사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국가적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 권리의식을 높이고 나아가 변호사제도의 이해와 보급에도 관련이 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적정한 보수의 책정이 있어야 하겠다. 법원 역시 과다한 수임료 약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의 사명과 윤리의식의 내용은 분명해진다. 당사자와의 사이에 보수의 약정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는 변호사법이나 변호사 윤리장전, 구 변호사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 및 법원판결의 정신에 입각하여 사회상규에 맞는 적정한 보수를 책정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법률시장은 아직도 주로 민사나 형사, 행정 및 가사사건 등 송무사건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고 한해 1천여명의 새법조인들이 배출되면서 변호사 과포화 현상과 그에 따른 부당한 변호사 보수약정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ＥＵ 및 캐나다 등으로 부터 법률시장의 개방을 요구받고 있고 그들이 늦어도 2008년까지 국내에 들어와 금융, 국제거래나 기업의 인수·합병 등의 법률자문 서비스업무를 취급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변호사들의 설땅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국내 변호사들도 송무사건은 물론 국제거래, 기업의 인수·합병, 기업의 내·외 자금유치, 의료, 연예및 체육분야까지 그 직역을 확대하여 법조인 과포화 현상을 타개함과 아울러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변호사들이 공공성을 철저히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때 비로소 `변호사를 돈으로 산다'는 표현은 우리 땅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광주일보/월요광장/200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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