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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충수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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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금년 4월 15일의 총선은 21세기에 들어 두 번째 실시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의 격랑을 뚫고 국운상승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선량(選良)"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제3공화국 이후에 실시된 거의 모든 선거는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지연이나 학연 등으로 얼룩진 선출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감정 혹은 지역주의로 이름 붙여진 이 망령은 기필코 극복되어야 할 우리시대의 상처이다. 극복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선량선출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주의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의 출신지역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람의 성품은 본래 그가 살고 있는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백인백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지형이나 산세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으로서 향토색, 더 나아가 애향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향토색이나 애향심이 지역감정이나 지역주의로 발전한다면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단일민족국가인 우리나라가 지역주의의 병리현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불균형뿐만 아니라 인사 등에서 차별이 극대화된다면 국민화합이나 국가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겠는가. 취업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든가 심지어 결혼까지도 출신지역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고 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30년 가까운 세월, 검사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퇴임사를 통해 공익의 대표자요, 법의 감시자로서의 객관적 의무까지 부여된 검사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지역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임관 후 줄곧 감수한 지역차별과 더불어 역차별을 천형(天刑)으로까지 표현해서 이 사회의 지역주의를 개탄했을 정도로 그 병리현상이 심화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제 지역주의 원인을 찾아보아야 하겠다. 그 원인을 알아야 치유의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군사정권의 출신지역 인물의 차등등용 및 차별적인 지역개발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일부 언론의 부화뇌동이 주원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지역주의를 이용한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확대시킨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지역주의의 병리현상을 치유할 길은 없을까. 물론 능력과 자질에 따른 인재 등용, 공정하고 적정한 지역개발이 이뤄지면 이 병리현상은 쉽게 치유될 수 있겠으나 이것은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를 그 치유방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모든 국민의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사람이 모여사는 곳은 99.9％의 양질의 사람들과 0.1％의 불량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 한줌도 되지 않는 0.1％ 사람들에 대하여 완고하다느니, 간사하다느니, 무뚝뚝하다느니 등 각 지역의 "특질고"라는 이름으로 지방색을 조장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양질의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인 "특질고"를 애향심으로 승화시킬 때 지역감정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릴 것이다.
둘째, 모든 국민이 합리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지역주의는 합리성이 전혀 없는 "감정"그 자체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상 전염성이나 전파성이 매우 강하다. 부모들이 부지불식간에 자식들 앞에서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언행을 삼가지 않는다면 자식들 또한 지역주의에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지역주의의 대물림"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의 뿌리인 "지역배제"를 "지역의 상호보완"으로 승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셋째, 대화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는 흔히 영·호남인의 지역감정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1996년 8월부터 1년여동안 대구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그 지역유지 등 지역민들과의 대화와 협력으로 검찰권을 행사함으로써 지역신문들로부터 "대구를 가장 사랑하는 호남인"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특히 99.9％의 영·호남인들이 의미없는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성"에 근거하여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력하면 지역주의는 점진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영남이냐, 호남이냐가 있을 수 없다고 하겠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표를 함으로써 지연과 학연 등 연고주의를 극복하는 현명함이 절실한 때이다. 이번의 제17대 총선이 진정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광주일보/월요광장/200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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