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2일, 불과 47분여 만에 전광석화 처럼 가결되고 하루밤을 지새운 우리 지역도 우리나라 속에 자리한 자그마한 농촌 지역이건만, 역시 실험해보지 않은 초유의 상황에 민심 그 자체는 여는 지역과 마찬가지로 출렁이고 있었다.
민생과 백성의 소리는 내팽개친 채 당리당략과 정쟁에만 매달린, 우리나라 구태정치의 극을 보여준 12일 국회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격분과 분노 그 자체로 이어졌고,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해야할 지 모르는 허망함 속에 민심은 드끓고 있었으며, 마침내 그 목소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을 향하고 있었다.
13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대통령 없는 우리나라'가 궁금해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얘기도 들어볼 겸 다방에 들렸는데, 마침 장흥읍에 사신다는 김모씨가 기자를 보더니,대뜸 '어이 김기자, 해도 너무하는것 아니여!'하고 반문해와 그와 대화가 이어졌다.
"아! 어제 탄핵말씀 이신가요?"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조금 마음에 안든다고 국가만 혼란스럽게 하는 탄핵은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너무 한 것 아녀?"
"---."
"내가 보기엔 국회의원을 탄핵해야 하는데---. 이젠 국회의원 선거 때 표로써 심판하는 길밖에 없어"
"역대 전 대통령은 더 심해도 그런일 없던데 국민을 멀로 보는 것인지"
대다수의 국민은 탄핵까지는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장흥읍 버스터미널에서 뵌 나이드신 어르신께 조심스럽게 운을 떼어 보았다.
"어르신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십니까?"
"무슨 일이여.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집에 갈려고 버스타러 왔네"
"어제 대통령 탄핵한 것 들어 보았지요?"
"워매. 텔레비에서 종일 그 야그만 하드만이.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사과하믄 거기까지는 안 갔을 거라고 하든디, 왜 사과를 안해갖고 이라고 나라가 시끄런지 모르겠어. 대통령 고집이 너무 샌 것 아녀?"
"대통령 잘못 한 것이 사과할만큼 중대한 것이 아니라고 하던덴요."
"설령 잘못한 것이 적다고 하드라도 질로 어른이닌께 먼첨 사과했으면 조용할 것 아니여? "
나이 드신만큼 양보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다. 나이들고 경륜이 배어 있어서 일까.
정당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백 선생 말씀은 양비론이다. 대통령이나 야당이나 똑같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대다수의 민의는 사과도하고 탄핵까지도 가지 않께끔 해었야 했는데, 누구도 양보하지 않고 평행선만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이 됐는데 그 결과가 뻔한 결과일 수밖에 없지않느냐는 투였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아주머니 한 분은 파격적인 말씀을 건네온다.
오전에 동네 아주머니 몇 분과 현 정국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우리도 촛불 시위 해야겠드라'는 것이다. 그 말씀 후미에는 더욱 더 의아스런 표현이시다'
'어디 당(?)이라는 말 잘못하면 이웃간에 정떨어지겠드라'는 분위기였단다.
다시 우리들은 처음의 제 자리로 다시 돌아 간다.
아직은 잠시 혼미 스러울 뿐이다.
우리 민초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진통일 뿐이라고 잠시 동안 인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빨리 제자리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몫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 냉정을 되찾을 때이다. '대한민국 이여, 영원하라!' 고 마음속 깊이 다짐하면서 이 위란을 이겨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마음을 천심으로 받아들이고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바로 이번 대통령 탄핵이 가져다 준 교훈도 바로 이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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