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만 18세, 여자 만 16세에 달한 때에는 혼인할 수 있고, 특히 미성년자의 혼인은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부부가 되려면 상대방에 대하여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능력이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부는 협의에 의한 동거장소에서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누구든지 혼인하면서 상대방에게 사랑을 서약하고 죽는 날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은 혼인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혼인·이혼 통계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이혼건수는 16만 7천100건으로 하루 평균 458쌍이 갈라선 것으로 나타나 하루 평균 혼인건수인 835쌍의 50％를 초과하였고, 이혼연령도 남자 41.3세, 여자 37.9세로 증가추세에 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20년이 넘은 황혼이혼도 10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심각한 사회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혼의 주된 사유는 성격차이가 45.3％이고, 경제적 문제가 16.4％였다. 그 외 가족간의 불화, 배우자의 부정, 정신적·육체적 학대 및 건강문제 등으로 나타났다.
그 사유를 필자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전통적 유교사상이 붕괴되고 핵가족화가 이루어지면서 개인주의가 고착화되어 엄격한 가정교육이 소홀해진 경향이 그 원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회초리를 아끼면 아이의 습관을 해한다'는 서양속담도 있듯이 부분적으로는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부의 갑작스런 축적으로 인한 황금만능주의도 이혼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해방 후 엄청난 여권신장 현상으로 여성이 직장인으로서 남성과 평등하게 살아가고 동등하다는 의식도 이혼급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결혼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에게 채워줌으로써 완성되는 삶의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받아 채우려고만 고집하기 때문에 파경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더구나 `우리'보다는 `나'만을 중시하고 오로지 나에게 이로운 쪽으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점도 그 원인의 하나이겠다.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친구나 직장동료 사이에도 하나같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이해가 증진되는데, 하물며 부부사이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우리는 결혼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사랑을 서약한다. 그러나 누구든지 일상적인 부부생활에서 갈등을 풀지 못한 채 누적시킨 끝에 파국을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책을 몇가지로 요약해보고자 한다. 첫째 서로가 부부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고트먼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부부갈등의 31％만 해결되고 나머지 69％는 영구적이거나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부부간에는 항상 갈등이 전제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대화와 지혜로 갈등을 풀려고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 의지만 있다면 그 갈등의 대부분은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는 행복한 결혼생활의 첩경이다.
둘째 부부서로에게 성격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부부는 소위 일심동체라고 하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형성된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에 성격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차이를 서로 보완해 주는 슬기로움을 필요로 한다.
셋째, 부부사이에는 의사소통을 잘 하여야 한다. 의사소통은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그러므로 상대의 말꼬리를 잡아 빈정거리지 말고 상대가 그 말을 하는 심정에 주목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결혼의 성공을 담보하는 지름길이다.
넷째, 엄격한 가정교육의 필요성이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황금보다는 정신의 중요함을 가르쳐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키워주어야 한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회복시켜야 한다. 한번 사랑했던 부부라면 가슴 속을 뒤집어 놓는 못마땅한 짓을 해도 변함없이 사랑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의 삶이듯이 설령 한쪽이 잘못을 했더라도 그 마저 사랑해야만 다시 멋진 삶을 이어갈 수 있고 부부는 지옥이 아닌 아름다운 인생의 동반자의 관계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정충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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