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바다'를 화두로 글을 써온 중진 작가 한승원(65)씨가 오랜만에 소설집 "잠수거 미"(문이당)를 내놨다. 7년 전 서울을 떠나 고향 장흥(안양면 율산리)에서 집필 활동을 한 뒤 써온 단편소설들을 모은 것이다. 한씨는 2000년대에 들어서 장편소설 「사랑」「화사」「물보라」「초의」 등을 매년 한편씩 발표하는 등 식지않은 창작열을 보여왔다.
소설집은 지난 96년부터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내려가 생활하고 있는 작가가 관 찰자 시점으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작품속에 투영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표제작 '잠수거미'에 나타나는 한승원의 문학적 메시지는 "본질적 삶으로의 회귀"로 요약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 속의 단편들은 가족간의 갈등부터 농 어촌이 당면한 경제적 궁핍의 문제까지 다양한 소재로 이뤄져 있다. 때때로 여러사건들을 통해 잠재돼 있는 인간의 욕망과 악마성을 충격적으로 드 러내기도 한다.
'수방청의 소"라는 작품에서 아들은 주식투자로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소를 팔자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한다. 소설 속에서 아들은 일확천금에 눈이 먼 패륜아의 전형으로 묘사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이 불효,이 것은 내죄가 아니며 이 땅,이 나라 경제와 정치의 죄"라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자본주의의 광풍에 오염된 한 중년의 초라 한 모습이 연상된다.
"저 길로 가면 율산이지라우?"에선 아들의 패륜이 자행되는 작품이다.
아버지 몰래 소를 팔아넘기고 도망간 아들을 신고하기 위해 아버지는 파출소로 향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끝내 아들을 고발하지 못한다.
패륜아를 포용하는 아버지의 모습에는 고된 삶의 역정과 그 역정을 생의 의지 로 감수하는 모습이 중첩돼 있다.
여기에는 어떻게든 아들의 삶이 원만하게 풀리길 바라는 아버지의 깊은 정도 투 영돼 있다.
아마도 아버지의 애정은 그 자신과 세계를 겸허하게 되돌아보려는 작가의 애정 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이중재가 읽은 '잠수거미'
'잠수거미'는 『동서문학』 2002년 겨울호에 실렸던 작품으로 평론가 이중재씨가 '리얼리즘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나는 주제로 '잠수거미'를 평하고 있는 글이 있어 전재한다.
한승원의 「잠수거미」는 작가 자신이 겪은 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겨 놓은 작품인 듯하다. 한승원은 현재 고향인 장흥의 한 바닷가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이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을 뿐더러, 이 소설의 배경이 또한 그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매우 사실적(事實的)이지만, 어느 한 평범한 칠십 노인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사실적(寫實的)이다.
「잠수거미」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화자이자 실제 작가인 한승원은 장흥에서 혼자 기거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 작업을 하다가 지루할라치면 ‘문절이’(망둑어, 또는 망둥이) 낚시질을 하면서 숨통을 틔운다. 그런데 어느날 자기도 글쟁이라고 밝힌 어떤 사내가 나타나 같이 낚시를 하자며 접근을 하고는, 자신의 동네에 살고 있는 한 칠십대 노인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는 표표히 사라진다. 이야기는 이것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간단한 이야기가 결코 간단한 의미를 띠고 있지 않다. 실제 작가 한승원과 또다른 작가라는 어느 사내, 그리고 칠십 중반의 노인네의 삶이 ‘잠수거미’라는 희귀한 수중 생물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잠수거미」는 1,2,3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3장은 한승원이 소설을 쓰다가 머리를 식히려고 ‘문절이’ 낚시를 가서 어떤 사내와 만났다가 헤어지는 이야기이고, 2장은 그 사내가 들려주는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액자소설적인 구성 방식으로 되어 있다. 즉 1,3장이 겉이야기이고 2장이 속이야기에 해당되는 셈인데, 액자소설이 대개 그러하듯이 속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두 명의 아들을 월남전과 광주사태로 잃어버리고, 아내까지 일찍 보낸 일흔다섯의 영감은 혼자 살고 있으나 재산은 많다. 그래서 영감은 ‘여자하고 술하고 화투하고 없으면은 못 사’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 나는 이 나이가 되었지만 적어도 열흘 만에 한 번씩은 질퍽질퍽한데 안 들어가면은 팍팍해서 못 살어. 거그 그렇게 안 들어가면은 진탕 마시고 한 번씩 이것을 해야 돼.”
한 손으로 화투장 조이는 시늉을 해 보였다 (59쪽)
이렇게 ‘시큰거리는 재미’로 살아가던 홀아비 영감은 어느날 술에 취해 일흔다섯 동갑내기인, 과부 노파 ‘교동댁’을 겁탈하려다가 실패한다. 노파는 외지에 나가 살고 있는 두 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두 아들들은 교대로 달려와 영감을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팬다. 한 달이 지나고 상처가 아물자 영감은 또 ‘나’의 작업실로 술이 취한 채로 찾아와 화투 한 판 하자고 졸라댄다.
영감은 호주머니에서 돈 한 뭉텅이를 꺼내서 반으로 나누더니 한 쪽 것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계속 웃기만 했다. 눈에서 눈물이 나오도록. 그러나 영감은 진정으로 말했다.
“죽은 사람 소원도 풀어주는디 산 사람 소원 안 풀어줄란가? 잉? 그리고 꾀꼬리 같은 가락 딱 한 개만 가르쳐주소. 잉?”
나에게 속임수를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계속 웃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내 가슴 속에 땅거미 같은 슬픔이 기어들었다.
“나 오늘 누구하고든지 한판 안 붙으면은 숨막혀 죽을 것 같네이. 속에서 이런 주먹 같은 불덩어리 한나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네이. 딱 한판만 붙어뿔세. 나 이 돈을 단판에 다 잃어뿔더라도 두 말 않고 그냥 뿔딱 이러서뿔랑께. 잉?” (67쪽)
‘문절이’ 낚시를 하다가 소주를 마시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의 정체에 대하여 묻는다. 그러자 그는 “시방 나보고 누구냐고 묻고 있는 선생은 그럼 누구시요?” (69쪽) 라고 되묻고는 ‘회흑색의 잠수거미가 주머니에 공기를 담아 지듯이 낚시장구를 챙겨 짊어지’고는 말없이 사라진다.
이처럼 특별한 것도 없는 겉이야기와 속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은 결코 특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우선 이 작품의 제목인 ‘잠수거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공기로 가득 찬 너른 세상 다 젖혀놓고 하필 물 속에서 사는 거미. 그놈은 산소통을 등에 짊어진 잠수부처럼 공기방울 주머니를 차고 물 속을 헤엄쳐 다니면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잠수거미라고 불리게 되었다. 물 속에서 숨이 막히면 공기 주머니에 머리를 처박고 숨을 쉰다. 심호흡을 몇 번 하여 피 속에 산소를 퍼지게 하고는 또 숨을 참으면서 사냥을 한다. 잠자리의 애벌레들을 주로 사냥해서 먹고 산다. 그놈은 제주도 해녀 같다. 하루에 이승과 저승을 몇백 번씩 드나든다. 어떤 이유인가로 말미암아 숨을 쉬지 못하게 된다면 그곳은 곧 저승이 되는 것인데, 해녀들은 그곳이 저승인 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전복과 소라와 미역을 딴다. 그들은 숨이 가쁘면 물 위로 올라와서 확을 보듬고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숨을 쉰다. (53쪽)
자신을 작가라고 밝힌 사내는 ‘잠수거미’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주고는 “선생의 이 문절이 낚시질이란 것이 사실은 잠수거미란 놈의 공기주머니 속에 얼굴 처박고 숨쉬기하고 똑같을 겁니다이.”(53쪽)라고 말한다. 이 시점에서 미리 밝혀 두자면, 이 사내는 곧 작가 자신, 한승원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표면 구조는 사내가 낚시질을 하는 작가에게 말을 건네고 같이 소주도 마시면서 어떤 노인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기실은 한승원 자신이 소설을 쓰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혼자 낚시질을 하고 혼자 소주를 마시며 혼자 생각해내는 이야기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실제 작가인 한승원이 장흥에 있는 작업실에서 소설을 쓰면서 생활하다가 겪은, 한 노인에 관한 일화를 자신의 글쓰기 그리고 낚시질과 연관시켜 펼쳐낸 이야기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앞에서 인용한, 69쪽의 사내의 대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작가는 「잠수거미」를 통해서 문절이 낚시질과 잠수거미의 숨쉬기가 같은 행위인 것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곧 영감의 ‘술, 여자, 화투’와도 통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삼자(三者)는 모두 같은 성격의 것으로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 해소책’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 인간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각자에게 맡겨진 일들을 하지만, 그 일 이외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여가 선용·레저생활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에 해당되는 것이 위에서 말한 삼자라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인간들이 먹고 살기 위해 행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일에서 파생되는 이른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행하는 행위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문절이 낚시질과 잠수거미의 숨쉬기가 같은 행위라면, 역으로 작가 한승원의 소설 쓰기와 잠수거미의 수중에서의 사냥 행위 또한 동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사내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선생의 글쓰기는 계속 긴장한 채로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잖아요? 잠수거미가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면서 사냥하는 일하고 똑 같잖아요오? 그런데 이 문저리 낚시질만으로 숨쉬기가 제대로 되겠어요? 선생께서는 이것 말고 또 어디다가 고개 처넣고 숨을 쉬곤 하는 은밀한 게 있지 않아요? 어떤 기호 식품 같은 것. 또 가령 어떤 여자하고 깊이 만나는 것…….” (54쪽)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문절이 낚시질〓잠수거미의 숨쉬기〓영감의 술,여자,화투’, ‘작가 한승원의 소설 쓰기〓잠수거미가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면서 사냥하는 일’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여기에서 혹시 영감의 ‘술,여자,화투’가 어떻게 ‘잠수거미의 숨쉬기’와 같이 절박한 행위로 치환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은 아래와 같은 인용문을 통해 쉽게 해소되리라 본다.
영감은 일 년에 돈이 최소한 천만 원은 생긴다고 했다. 논 스무 마지기를 비닐하우스 하겠다는 사람에게 주었는데 일 년이면 손끝 까딱 하지 않고 한 마지기에 세 가마니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한우 키워 팔고 흑염소하고 개하고 키워서 판 돈을 다 쓰지 못한다고 했다. 돈만 보듬고 살면 숨이 막힌다는 것이었다. 돈 그것 모아두었다가 죽을 때 널 속에 넣어갈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가끔씩 그것으로 숨통을 터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59쪽)
영감은 적막강산에서 혼자 살아오고 있었다. 큰아들은 진즉 월남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작은아들은 광주에서 죽었다. 할멈은 광주의 작은아들네 집에 가서 손자들하고 함께 살다가 며느리가 보상금을 받아 가지고 어느 놈하고 배가 맞아서 잠적하는 바람에 홧병이 도져서 죽었다.
“나, 이놈의 세상 쏵 불을 쳐질러뿔라네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어뿔게 말이여. 이 더런 놈의 세상!” (66쪽)
나 오늘 누구하고든지 한판 안 붙으면은 숨막혀 죽을 것 같네이. 속에서 이런 주먹 같은 불덩어리 하나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네이 (67쪽)
먹고 살만한 돈은 충분한데, 아무 피붙이도 없이 ‘적막강산’에서 홀로 살아가는 일흔다섯의 영감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서, 숨통을 틔우기 위해 가끔 ‘읍내의 중년 창녀를 만나러 가’거나 술과 화투로써 시름을 달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평범한 영감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귀양살이같이 고통스러운 자신의 글쓰기 작업을 돌아보고, 나아가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잠수거미’에 비유하여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잠수거미」는 하나의 전형적인 리얼리즘 소설로 읽힐 수 있는데, 그 읽는 즐거움이 참으로 쏠쏠하다. 인생을 얼마만큼 살고, 살아온 인생을 여유있게 관조할 수 있는 노작가에게서나 나올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모두(冒頭)에 시 한 편을 제시해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시의 내용은 소설 속의 배경,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름이거나 가을이거나 겨울이거나 봄이거나
옷을 벗으려고 그 여자에게 간다
그 여자 만나면 싱싱해진다
극락이나 천국이 따로 있나
맨살 맨몸으로 싱싱하게 사는 것이 극락이나 천국이지
한데 그 여자와 헤어지면서 그 옷을 다시 입는다.
―시집 『열애일기』 중의 「바다」
이 시에서 여자는 여자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바다를 의미하기도 한다. 제목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는 열애의 대상을 여자로 보아도 그것 자체로 훌륭하게 해석된다.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일흔다섯의 노인이 여전히 여자를 탐하고, 작가 한승원이 바닷가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바다와 벗하며 고행의 글쓰기를 계속해 나간다는 「잠수거미」의 스토리와 잘 어울리는 시편이라 아니할 수 없다.
#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진작가 한승원(65)씨---는 '늙어가는 것'에 대한 성찰은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의 주인공이 대부분 시골마을의 주변에서 만난 노인들이라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수록작 가운데 '그러나 다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는 77세 사진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예술가 소설이다. 사진작가 이장환이 동네친구의 노모와 십대 소녀를 순천만 갈대밭으로 유인해 나체사진을 찍었다가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는 과정을 줄거리로 삼고 있다.
소설속에서 사진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시간'의 의미를 캐는 것이다.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줄을 퉁길 때 음을 흔들어서 물결과 같은 파동을 얻는 기법인 이른바 '농현'(弄絃)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것은 '농현'의 기법을 도입해 노파와 소녀의 육체사이에 가로놓인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고 싶어한 예술적 시도였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모든 작품은 시간적 존재로서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을 때 의미를 가집니다. 미래가 없다면 시간적 존재는 절름발이 신세이고, 곧 소멸되고 말죠. 예술가가추구하는 것은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주적 시원에 맞닿은 진리를깨닫는 것, 다시 말해 영원의 시간인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존재에 이르는 길입니다."
이같은 설명처럼 이번 소설집은 예술적 구경(究竟)에 이르고자 하는 작가의 강한 의지가 깊게 배어 있다.
표제작은 궁극의 예술세계에 이르고자 컴퓨터와 씨름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공기주머니를 짊어지고 물속에서 살아가는 잠수거미의 숨막히는 생존방식에 빗대어묘사했다. '별'과 '깨진 크리스털 조각'에 등장하는 '빛'의 상징이나 '길을 가다보면 개도 만나고'에 묘사된 '길 찾기' 등도 작가의 예술적 지향이 궁극적으로 삶의구원문제에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묶으면서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과거와 다르게 문장이매우 감성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사물이 가지고 있는무늬나 결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되고, 그것이 감성적 '떨림'으로 문장에 반영된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12편의 수록작 가운데 '수방청의 소' '저 길로 가면 율산이지라우?' '그러나 다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버들댁' '잠수거미' '깨진 크리스털 조각' '그 벌이 왜 나를 쏘았을까' 등 7편은 연작소설이다.
연작소설은 작가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작가 자신의 실명이 등장하는 사소설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작품에서는 허구와 현실의경계마저 사라진다.
이에 대해 작가는 "예술적 지향이 먼데 있지 않고 가까운 삶속에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그것은 '알 수 없는 나'와 '알 수 있는 나'를 포함한 '나' 속에 모두 들어있다. 그러면서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맺으며 우주적 원융의 세상에서 더불어 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어 올 가을께 흑산도를 무대로 삼은 장편소설을 내놓을예정이라고 밝혔다.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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